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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겨울 이전의 이야기

8구역

도시를 식힐 물건 하나를 회수하라는 의뢰.
비가 내리던 도시

위층에서는 추위를 샀고, 아래층에서는 더위를 견뎠다. 여울은 한세코어의 의뢰를 받고 아래로 내려간다.

빗물에 마젠타가 번졌다. 위층 간판이 흘려보낸 색이었다.

여울은 그 색 아래 서서 손을 폈다. 의수의 손가락 다섯이 차례로 접혔다 펴졌다. 정확했다. 그 손으로 담배를 끼웠다. 불 붙일 생각은 없었다. 끼우는 동작만 옛 버릇처럼 천천히. 정확한 것은 늘 차가웠다.

탑은 위로 갈수록 밝았다. 빛은 돈 있는 쪽으로 흘렀고, 물은 반대로 흘렀다. 추위도 돈 있는 쪽으로 흘렀다. 위는 추위가 사치였고, 아래는 더위에 사람이 죽었다. 여울은 물 쪽에 섰다. 그것을 자기 자리라고 불렀다. 자리라고 부르면 떠밀린 게 아니라 머무는 게 됐다.

거리 위로 광고가 떠 있었다. 시안빛 글자. 한세코어가 약속합니다 — 따뜻한 땅으로. 야자수 한 그루가 회전했다. 이 도시의 누구도 야자수를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잘 먹혔다. 본 적 없는 것은 의심받지 않았다.

귀 안에서 신호가 울렸다. 일이 들어왔다. 그는 불 붙지 않은 담배를 버렸다. 마젠타 물 위를 한참 떠가다 배수구로 빨려 들어갔다.

의뢰인은 위층 사람이었다.

위층 사람은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여울이 올라갔다. 엘리베이터가 그를 올리는 동안 귀가 먹먹해졌다.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 귀가 먼저 알았다.

방은 추웠다. 위층은 다 추웠다. 아래에서는 더위에 사람이 죽었고, 위에서는 추위가 사치였다. 추위를 살 수 있는 자들이 추위를 틀었다. 여울은 그 추위 속에서 자기 손이 떨리지 않는 것을 보았다.

여자는 등을 보이고 창밖을 봤다. 한세코어 임원이었다. 옷깃을 따라 시안 선이 길게 내려왔다 — 선이 길수록 높은 자였다.

"물건을 하나 회수해 줘요." 여자가 말했다. "아래층 어딘가에 있어요. 우리 연구원이 들고 나갔어요."

"연구원은요."

"그건 당신 일이 아니에요."

여울은 그것이 답인 걸 알았다. 사람을 묻지 않는 일이 더 비쌌다. 묻는 자는 아래에서도 더 아래로 떨어졌고, 떨어진 자리에서는 아무도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안 묻는 것이 안 떨어지는 것이었고, 안 떨어지는 것이 사는 것이었다. 그는 그 침묵을 값으로 받아 살아왔다.

여자가 작은 상자를 건넸다. 회수할 물건의 견본이었다. 손바닥만 한 금속. 표면에 서리가 끼어 있었다. 방의 한기 속에서도 그 금속만 입김을 얼릴 듯 도드라졌다. 여울이 만지자 의수의 센서가 경고를 띄웠다. 영하. 손끝에 닿은 건 숫자뿐이었다. 서리도 입김도, 그의 손에는 숫자로만 왔다.

"이게 뭡니까."

"냉각 핵심이에요." 여자가 처음으로 돌아봤다. 눈가에 시안 회로가 얇게 빛났다. "도시를 식힐 거예요. 영원히. 더위에 사람이 안 죽게."

여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말은 늘 끄덕이게 만들었다. 그는 좋은 말 뒤를 보는 법을 오래전에 잊었다.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 그는 옛 동료를 만났다.

마로였다. 둘은 한때 같은 팀이었고, 그 팀이 흩어진 이유를 둘 다 말하지 않았다. 마로는 한쪽 눈을 시안 렌즈로 바꿨다. 그래서 한쪽 세상만 차갑게 봤다.

"또 위층 일이야?" 마로가 물었다.

"마지막이야."

"넌 늘 마지막이라더라."

여울은 웃었다. 웃는 근육은 아직 자기 것이었다. 그는 자기에게 남은 것들을 셀 줄 알았다. 셀 수 있다는 건 얼마 안 남았다는 뜻이었다.

"한세코어 핵심을 회수해. 도시를 식힌대."

마로의 시안 눈이 잠깐 깜빡였다. "식힌다고 했어? 식힌다고만?"

"더위에 사람이 안 죽게."

"여울아." 마로가 목소리를 낮췄다. 낮추는 건 아래층의 습관이었다. "얼린대. 식히는 게 아니라 얼린대. 위층 데이터에 있어. 도시 전체를 영구 빙점 아래로. 사람이 안 죽는 게 아니라, 죽는 게 안 보이게."

여울은 손바닥의 상자를 봤다. 견본조차 서리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통로는 따뜻했는데도.

"안 보이는 게 위층한테는 안 죽는 거랑 같아." 마로가 말했다. "얼면 냄새가 안 나거든. 시체도 깨끗하지. 그게 그쪽이 파는 따뜻한 땅이야. 차가운 땅을 따뜻하다고 부르는 거."

여울은 상자를 도로 닫았다. 닫아도 도시의 한기는 통로 안까지 새어 들었다.

"그래서 안 할 거야?" 마로가 물었다.

여울은 상자를 쥔 손을 한 번 폈다 쥐었다. 의수는 떨리지 않았다.

"아니. 값을 받았어."

값을 받았다는 건 그에게 가장 무거운 문장이었다. 그는 그 문장 아래서 오래 살았다. 그 무게에 등이 굽은 줄도 몰랐다.

연구원은 폐역 아래 숨어 있었다.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기가 길을 안내했다. 여울은 손에 서리가 더 끼는 방향으로 걸었다. 도시가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아래층 사람들은 그것을 날씨라고 불렀다. 위층에서 무엇이 켜졌는지는 몰랐다. 모르는 게 아래의 일이었다.

연구원은 젊었다. 옷깃에 시안 선이 없었다. 잘린 자리만 남아 있었다. 직급을 떼고 도망친 자였다.

"당신이 회수하러 왔군요." 연구원이 말했다. 떨고 있었다. 추워서가 아니었다. 그는 아직 추위를 느낄 수 있는 몸이었다. 떨림은 다른 것이었다.

"물건만 주면 돼."

"이걸 켜면 도시가 얼어요." 연구원이 품에서 핵심을 꺼냈다. 여울의 상자에 든 것과 똑같은 금속. 서리가 더 짙었다. "이미 시범 구역이 얼었어요. 8구역. 먼저 얼려 본 곳이에요. 도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거기서 미리 봐요. 따뜻하다고 적힌 광고 아래서, 사람들이 선 채로."

"그 사람들은."

"안 움직여요. 영하에서는 아무도 안 움직여요." 연구원이 여울을 봤다. "당신은 움직이네요. 추운데."

"난 안 추워."

"느껴요?" 연구원이 자기 손가락을 폈다 쥐었다. 떨리는 손이었다. "난 추운 게 느껴져요. 그쪽 손은요?"

여울은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연구원은 대답을 기다리다 핵심을 다시 품으로 당겼다.

연구원은 핵심을 내밀지 않았다. 대신 두 손으로 감쌌다. "핵심은 둘이에요. 위층이 당신한테 견본이라며 쥐여 준 것도 진짜예요. 둘 다 도시를 얼려요. 작은 거짓이죠. 진짜를 견본이라 부르는. 그래서 내가 하나를 안고 도망쳤어요. 하나라도 부수면, 그쪽은 다시 못 만들어요. 부순 만큼은 영영 못 얼려요."

"부수면 너는."

"죽겠죠." 연구원이 웃었다. 여울이 웃을 때 쓰던 근육과 같은 근육이었다. "근데 그건 따뜻한 죽음이에요. 얼어 죽는 게 아니라."

여울은 손의 경고를 다시 봤다. 영하. 숫자는 계속 떨어졌다. 도시가 식는 만큼 그의 손에도 서리가 앉았다.

그 서리가 손목께에서 한 번 멈칫하는 걸, 그는 오랜만에 들여다봤다. 느끼지 못하는 자가 식는 걸 막을 수 있을까. 거기까지는 묻지 않았다.

연구원이 핵심을 내밀었다. 부수든 가져가든 당신 손에 맡긴다는 손짓이었다. 여울은 받았다. 두 개가 되었다. 위층이 견본이라 준 하나와, 연구원이 도망치며 안고 온 하나. 손바닥에 나란히 놓으니 똑같이 생겼다. 똑같이 서리를 끌어모았다. 견본이라던 쪽도 가짜가 아니었다. 둘 다 도시를 얼릴 진짜였다. 하나를 위층에 돌려주면 도시는 계속 얼고, 하나를 부수면 그만큼은 영영 못 언다. 둘을 합치면 영하가 빨라졌고, 하나를 부수면 그 속도가 멈췄다.

연구원은 보내 줬다. 보내 주는 건 회수가 아니었다. 그는 자기에게 한 줄로 말해 두었다 — 나는 묻지 않는 값을 받았고, 묻지 않은 자를 보내는 것도 묻지 않는 일에 든다고. 그렇게 정하자 마음이 편했다. 값은, 늘리면 늘어났다.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다시 귀가 먹먹해졌다. 손바닥의 두 금속이 서로 닿자 더 추워졌다. 합친 쪽은 되돌릴 수 없었고, 부순 쪽은 멈출 수만 있었다. 여울은 그 무게를 들고 올라갔다. 그의 팔은 이제 무게를 느끼지 않았다.

여자는 같은 창 앞에 있었다. 위층 사람은 자리를 바꾸지 않았다. 바꿀 이유가 없는 자들이었다.

"가져왔어요?"

여울은 하나를 탁자에 놓았다. 서리가 유리에 번졌다.

"하나뿐이에요?"

"하나만 있었습니다."

여자는 그를 봤다. 시안 회로가 눈가에서 빠르게 돌았다. 거짓을 읽는 회로였다. 위층 사람들은 거짓을 읽는 부품을 달고 다녔다. 아래 사람들은 거짓 속에 살았으므로 필요 없었다. 거짓이 공기였다.

"두 개였을 텐데." 여자가 말했다.

"하나였습니다."

회로가 멈췄다. 판정이 났다는 뜻이었다. "당신 손이 떨리지 않네요." 여자가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이 좋아요. 느끼지 않으니까. 느끼지 않는 손이 가장 정확하죠."

"맞습니다."

"그래서 거짓말도 정확하고요."

여자가 옷깃을 만졌다. 호출이었다. 문이 열리기 전에 여울은 이미 움직였다. 움직임은 그에게 남은 마지막 자기 것이었다.

복도로 나서자 그들이 그를 둘러쌌다.

위층 경비였다. 시안 선이 짧은 자들. 짧아도 그의 것보다는 길었다. 여울에게는 선이 없었다. 선을 살 돈이 없는 자에게는 직급도 없었고, 직급이 없는 자는 회수당해도 명단에 남지 않았다.

그는 한 손에 핵심을 쥐고 다른 손으로 싸웠다. 위층 탁자에 돌려준 하나 말고, 손에 남은 건 마지막 하나였다. 의수는 정확했다. 정확하게 부수고 정확하게 막았다. 피가 튀었지만 그의 피는 아니었다. 그는 벽을 짚고 한 번 숨을 골랐다. 그의 것은 이미 다른 데서 빠져나간 지 오래였다 — 위로 올라올 때마다 아래층에 조금씩 두고 와서, 이제 두고 올 것도 얼마 없었다.

총알 하나가 옆구리를 지났다. 거기엔 아직 자기 살이 남아 있었다. 그는 그것이 식는 걸 느꼈다. 오랜만에, 무언가를 느꼈다. 따뜻한 것이 빠져나가는 감각. 그게 통증인 걸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다. 통증은 살아 있는 것만 느꼈으니까.

따뜻하구나. 그는 생각했다. 빠져나가는 게 따뜻하구나. 따뜻한 땅은 멀리 있지 않았다. 자기 옆구리에 있었다. 흘러나가는 중이었다. 광고는 거짓이 아니었다. 따뜻한 땅은 있었다. 다만 도착하는 게 아니라 잃는 것이었다.

그는 8구역까지 갔다.

폐역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잠깐 멈췄다. 연구원이 아직 아래에 있을지도 몰랐다. 여울은 난간을 짚었다가 손을 뗐다. 뒤에서 경비들의 무전 소리가 들렸다. 그는 계단을 지나 8구역 표지 쪽으로 걸었다.

8구역은 조용했다. 광고탑 아래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모두 한쪽을 보고. 시안 글자가 그들 위에서 돌았다. 따뜻한 땅으로. 야자수가 회전했다. 사람들은 그 약속을 보던 자세 그대로 얼어 있었다. 손을 든 사람, 아이를 안은 사람, 위를 가리키던 사람. 가리키던 손가락 끝에 서리가 꽃처럼 피었다. 영하에서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여울은 그들 사이에 섰다. 자기 자리를 찾듯이. 그도 한쪽 손으로 위를 가리킬 수 있었다. 얼어붙은 자들과 같은 자세로. 그러면 그도 따뜻한 땅을 기다리는 자처럼 보일 것이다. 본 적 없는 것을 기다리는 자.

그는 핵심을 꺼냈다. 마지막 하나. 손에 남은 단 하나. 서리가 손목까지 기어올라 왔다. 손목 위는 아직 자기 살이었다. 거기서 한기가 멈칫했다. 살은 부품보다 천천히 식었다. 살아 있는 것은 늦게 졌다. 팔았다고 여긴 질문이 거기 그대로 있었다.

부수면 멈춘다고 했다. 연구원이 그렇게 말했다. 부순 만큼은 다시 못 만든다고. 여울은 그 말을 믿었다. 믿는 부품은 안 팔았던 모양이었다. 남은 것 중 마지막.

그는 의수로 핵심을 쥐었다. 부수는 일에는 느낌이 필요 없었다. 그는 평생 느낌 없이 정확했고, 처음으로 그 정확함이 무언가를 멈추는 데 쓰였다.

금속이 부서졌다. 소리는 작았다. 서리가 한 번 크게 피었다가 멈췄다. 광고탑의 시안 글자가 깜빡였다. 따뜻한 땅으로. 한 번 더. 그리고 꺼졌다.

손에서 번지던 서리가 멎었다. 발치의 물은 얼지 않고 배수구로 흘렀다. 그러나 광장 반대편에서는 유리 깨지는 소리가 계속 났다. 위층에 돌려준 핵심은 아직 작동하고 있었다. 여울은 꺼진 광고판을 올려다봤다. 그 아래 서 있던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얼어붙은 자들 사이에 앉았다. 옆구리에서 따뜻한 것이 거의 다 빠져나가 있었다. 손가락 끝에 서리가 피기 시작했다. 그는 막지 않았다. 막는 부품은 부쉈으니까.

식어 가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손을 폈다. 의수의 손가락 다섯이 차례로 접혔다 펴졌다. 정확했다. 정확한 것은 늘 차가웠다. 이번에는 그것이 차갑다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는 알았다.

위에서 시안 글자가 꺼진 채로 매달려 있었다. 도시는 식어 갔다. 천천히. 멈출 곳을 모르고. 먼 훗날 누군가 이 언 땅 위로 배를 띄운다면, 그 배는 야자수를 찾아 떠날 것이다. 본 적 없는 나무를. 의심받지 않는 약속을. 따뜻한 땅으로. 따뜻한 땅으로.

여울의 손가락은 위를 가리키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펴진 채로 있었다. 무언가를 쥐려다 만 손처럼. 아무것도 쥐지 않은 손이었다. 도시가 그 손 위로 천천히 서리를 덮었다.

아침은 오지 않았다. 영하에서는 아침도 움직이지 않았다.